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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반려묘 가정이 된 사연

2020.12
  • 등록일 : 2020-11-27
  • 조회수 : 523

김상욱(서구 대덕대로)


초등학생 아이가 느닷없이 애완동물 케이지 하나를 들고 들어온 건 얼마 전 일요일 저녁 5시쯤이었다. 아이가 들고 온 케이지 안에는 다름 아닌 고양이 두 마
리가 들어있었다. 아이 말로는 학원 다녀오는 길 인도 옆 마른 풀섶에서 발견했는데 누군가가 버려두고 갔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화들짝 놀라면서 “이 녀석아,
그건 누가 버린 게 아니라 잠깐 놔둔 걸 네가 잘못 가져온 거야”라며 아이를 나무랐다. 당장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면서. 아내의 그 말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그럴 수 없다는 반대의사를 표현한 것과 다름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나무람이 아내에게는 빼도 박도 못할 엉뚱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엄마, 그게 아니고, 여기 이거!”
아이가 제 엄마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불쑥 내민 하얀 종이와 거기에 씌어 있는 깨알만 한 글씨. 간추린 내용은 이랬다. ‘오늘 저희는 집이 어려워 먼 데로 이사
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새 주인을 만나기를 간절히 고대합니다. 많이 사랑해주고 잘 키워주세요.’
고양이를 기르던 여린 마음의 청소년이 쓴 듯한 반듯한 글씨에는 고양이가 마음씨 착한 새 주인을 만나기를 바라는 애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우리 가족은 돌연한 상황 앞에서 옥신각신 설전을 벌였다.

‘키울 것이냐 말 것이냐, 키운다면누가 밥을 주고 똥은 누가 치우냐.’ 아내는 “너희 둘 키우면서 직장 다니기도 바쁘고 힘든데 그것까지 맡을 수는 없다”며 여전히 ‘즉각 퇴출’이라는 소신을 굽
히지 않았으나 결국 그 고양이들을 굶어 죽게 내버릴 수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났다.
그후 우리집 거실은 주인이 퇴근해서 돌아올 때마다 살갑게 다가오는 고양이 키우는 집으로 바뀌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주인의 무릎에 살짝 다가와 예쁜 척하며 기대 눕는 애교 덕분에

슬슬 퇴근 시간이 기다려지는 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만이 아는 감정일 것이다. 이 녀석들 덕분에 요즘 우리집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르던 애완동물을 길거리에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해서는 안될 일이다. 뭇 생명을 어찌 그렇게 버릴 수 있을까. 소중한 생명, 함부로 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