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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이야기

마을 주민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2022.01
  • 등록일 : 2021-12-20
  • 조회수 : 351


동구 용운동 주민들은 무비라이트 설치로 아름답고 깨끗한 밤거리 조성을, 자양동 주민들은 자양동 숨은 맛집 베스트30 선정 등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중구 중촌동에서는 마을지도 제작과 평화공원 역사현장 주민 휴식처 조성이, 대덕구 용호동에서는 마을 입구부터 용호교까지의 인도 만들기가 마을에 필요한 사업으로 도출되었다. 서구 관저2동은 아나바다 장터열기와 담배꽁초 수거보상제 실시를, 유성구 노은3동은 작은공원 가꾸기와 공유 생필품 나눔함 설치가 마을에서 실천되길 바라는 과제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렇게 각각의 마을에서 도출된 모든 사업들은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돌며 마을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우리마을에서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아진 그야말로 ‘마을의, 마을에 의한, 마을을 위한’ 의제들이다.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26일까지 옛 충남도청 내 기획전시실에서 마을계획 전시회 ‘마을자치의 시작, 마을계획’을 열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2021년 대전광역시 골목형 공동체 마을계획 수립사업’에 참여했던 40개 마을공동체의 그간 활동들을 공유해보는 자리였다. 각 마을의 비전문과 의제 등이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와 구조물로 선보였다. 대전시 공동체 마을계획 수립사업은 올해도 계속된다. 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올 1~2월 경 사업공고를 통해 30개의 마을계획 공동체를 모집, 선정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전환마을형’ 마을계획 수립사업이 3개 동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 기후위기시대 마을에서의 전환적 삶을 모색해보는 경험도 마련된다. 대전시 공동체 마을계획 수립사업 문의 및 접수 : 대전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 334-1238



마을계획이 뭐지?
마을계획이란, 마을의 요구와 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마을 공론장을 통해 마을의 의제를 생산하고 실천해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민참여과정을 뜻한다.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와 결정으로 진행되는데, 주민들 스스로 발굴한 의제들이 중요한 마을정책이 되는 것이다.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조효경 팀장은 “주민들이 직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마을의 주체로 활동하는 것, 이것이 마을계획의 과정이자 목표이다. 성과보다는 함께 참여하는 과정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에서는 2019년부터 마을계획 사업이 시작됐다.


마을계획 진행과정은?
먼저 마을의 다양한 단체와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마을계획단을 구성, 마을계획 전 과정을 이끌어가는 추진주체로 활동한다. 계획단이 꾸려지면 우리 마을에 어떤 자원이 있는지 조사하는 마을자원조사가 진행되고 마을자원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가 꿈꾸는 마을은 무엇인지’ 상상해보는 비전회의를 연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분과별로 세부계획을 선정하는 의제도출회의를 거쳐 민관이 함께 의제의 타당성을 검토한 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현장조사 단계로 넘어간다. 이어 마을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마을의제를 최종 선정하고 이 마을의제들은 주민참여예산제나 마을리빙랩, 시민공유공간 사업 등 사업의 타당성 및 예산 지원 가능성 등이 매칭된 사업을 통해 실현된다.


<왼쪽부터 박현선, 차영숙, 김영선, 조옥윤, 김정열 씨.>


마을계획 참여 주민들이 나눈 ‘우리들의 이야기’
동네분들 모여 마을정담 소곤소곤 ‘좋아요’

지난해 골목형 공동체 마을계획 수립사업에 참여했던 40개 동의 마을 중 4개 동에서 기획자로 참여했던 주민 4명과 총괄 매니저로 사업의 전반을 코칭했던 총괄매니저 1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해 동안 각 마을의 마을계획을 이끌며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 나눠봤다.
김정열|용호동 우리 마을은 2019년에 이어 2번째로 참여했다. 28가구로 주민이 적다 보니 축제처럼 재미있게 진행했다. 마을계획을 진행하는 과정은 재미있었는데 기대했던 만큼의 예산지원이 실현되지 않아서 아쉽다.
김영선|삼성동 우리 마을은 의외의 성과가 나왔다. 마을계획에는 대부분 어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데, 초등학생들을 마을비전회의부터 의제도출회의까지 참여시켰고 아이들이 실제로 의제도출을 많이 했다. 그중 학교 운동장에 그네를 설치해달라는 의제가 있었는데, 그 의제가 바로 실현되어 아이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이런 것이 바로,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시민교육이 아닌가 싶다.
조옥윤|문창동 우리도 모여서 우리 마을의 문제가 뭔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진행 도중 동 행정공무원의 자리이동이 있어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또 주도적으로 마을계획을 진행하는 기획자가 마을 대표성이 부족한 경우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차영숙|복수동 올해 처음 참여했는데, 관과 자생단체 등 각 단체별로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아이들이 “어른들이 자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뭔가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회의가 좋았다”고 말하더라. 마을에 필요한 것을 우리들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마을총회에서 1순위로 선정된 사업이 있었는데 2순위 사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현선|총괄매니저 마을계획은 동의 행정업무에 대한 단순한 심의·자문역할에 그쳤던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들 스스로 참여해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민대표 기구인 ‘주민자치회’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주민자치회로 전환되기 전, 주민들 스스로 계획하고 비전을 세우고 실천해보는 연습과정을 겪은 셈이다. 민관협력이 중요한 사업인 만큼 마을 공동체와 자생단체 간의 결속력도 좋아졌다.
조옥윤|문창동 주민자치위원회가 관에서 요구하는 사업에 대해 협력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면, 주민자치회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치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을계획에 참여해본 주민들은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는 추세에서 마을계획을 경험해본 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은 분명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마을계획은 주민자치를 위한 소중한 경험이자 징검다리이다.
차영숙|복수동 이번에 우리 마을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 마을자원이나 통계, 아카이브 등이 축적된 마을은 마을계획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만큼 자원조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엔 마을계획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해를 거듭하면서 진행 방법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역할이 컸다.



김정열|용호동 마을회의를 자주하다보니 또 다른 성과를 내기도 했다. 우리 마을의 비전이 ‘꽃 피는 용호마을’인데, 이걸 실현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풀만 무성했던 꽃길을 가꿔보자고 얘기가 됐다. 주민 10명 정도가 매주 일요일마다 모여 꽃길을 가꿨다. 마을사람들이 뭉치고 화합하는 장이 되었다.
조옥윤|문창동 민원이라는 것은 개선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계획은 의견을 모으고 방안을 세우고 예산도 확보할 수 있다. 주민입장에서는 커다란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주민자치라고 말은 하는데, 정작 주민자치적인 활동에 참여해본적은 있을까? 별로 없다. 마을계획은 마을을 위해 의견을 표현해내고 같이 의견을 모으고 함께 헤쳐 나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이것이 시민교육이자 민주교육의 과정이다.
박현선|총괄매니저 마을계획은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 가능하다. 어느 특정 계층만이 아닌, 다 같이 들썩들썩 해야 잘 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공모사업과 차이가 있다. 아직까지 마을계획을 경험해보지 않은 마을에 마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적극 권하고 싶다. 마을에서 주민들이 다 같이 모여 고민해보는 이런 기회가 없다.
김영선|삼성동 마을계획을 진행하면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한 상황에서 진행방향도 제시해주고 중간 중간 컨설팅을 해주니 이게 되더라. 많이 배웠다. 적은 인원으로 수많은 동의 활동들을 지원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허용주 사진 최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