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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주말 시내버스 안에서 생긴 일

2022.01
  • 등록일 : 2021-12-23
  • 조회수 : 256

양순례(중구 보문로)

토요일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유일하게 노선버스 802번만 다니는 정류장이어서 그런지 버스정보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아주머니 한 분이 초조하게 서성거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날이 춥다 .
“왜 안 오는 거야 20분이 지났고만.” 중얼거리는 아주머니에게 “오래 기다리셨나 봐요” 라고 말을 붙이는 찰나에 버스가 왔다. 화가 난 아주머니는 차에 오르면서 냅다 볼멘소리를 뽑아낸다.
“왜 빼먹어요. 20분이나.” 가는 말이 곱지 않으니 오는 말도 고울 리없다. “빼먹기는, 곶감이요?”
그때부터 승객과 기사의 언성이 높아졌다. 두 사람의 팽팽한 언쟁에 예전 버스운전을 했다는 남자가 중재에 나섰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서 아주머니가 목적지에서 내렸다. 아주머니 하차 후 기사는 승객한테 비난을 받을 때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봐봐요, 아까 그 아줌니, 시스템도 없고 아무런 문구도 써놓지 않았다고 빡빡 우기잖유. 시스템은 없어도 엄연히 평일과 주말 배차시간표가 노선 시내버스 안내도 옆에 붙어 있는데 관심 있게 안 보고는 기사 탓만 하니 나 원 참.”
기사는 배차 시간 지키는 게 생명인데 멋대로 빼먹었느니 다짜고짜 언성을 높인다며 한숨까지 내 쉬어가면서 화를 씹는다. 버스 정류장 노선을 관심 있게 본 건 그때부터였다. 역시 기사 말대로 평일과 주말의 배차 시간표가 보란 듯이 늠름하게 박혀 있었다. 무관심했던 시내버스 주말 운행 시간이 평일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도 당장 버스앱을 설치했다.
시민의 발이 되는 대중교통은 안전운행이 최우선이다. 승객과 운전자의 원활한 관계는 하루를 행복하게 한다. 기사는 승객을 위해 안전운전을 하고 승객 또한 운전자의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한다.
심신에 피로가 가중되면 안전운행에 대한 기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불쑥불쑥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말하는 습관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나저나 왜 보문산 입구쯤 802번 버스가 서는 정류장에는 버스 정보시스템이 없
는 것일까? 아무리 버스 노선이하나라도 설치해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