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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남편의 또 다른 이름 ‘아마’

2021.11
  • 등록일 : 2021-10-26
  • 조회수 : 92

임순혁(중구 태평로)



무더운 8월의 끝자락 즈음. 남편은 동네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던 중 위암 판정을 받았다. 첫날은 남의 얘기처럼 지나쳤지만 둘째 날부터는 눈 뜨는 순간부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 이렇게 죽는 거구나. 이렇게 나랑 헤어지는 건가?’ 별의별 생각이 뒤엉켰다. 일단 무조건 살려야 된다는 생각에 종합병원부터 찾았다. 병원 전광판에 뜬 남편의 이름이 앞으로 올라갈수록 불안과 떨림이 공존했다. “000 씨 들어오세요.” 이름이 불리는 순간, 남편은 사형 선고를 받으러 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사진을 보면 아주 나쁜 상태는 아닙니다. 차근차근 재검받고 치료하시면 좋아지실 겁니다. 하지만 수술은 하셔야 합니다.”
상담해주시는 교수님 말씀에 희망을 한가득 안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술 날짜를 잡고 입원 통보를 기다리던 중 저녁 5시 30분까지 입원하라는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8시 30분 수술. 수술실로 옮겨지는 남편을 보면서 수십 년간 부부로 산 여러 가지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코로나19로 인한 철저한 안전규칙 때문에 배우자인 나 외엔 딸 아들도 병원 출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혼자 감당하기엔 4시간이 길었다. 그냥 멍하니 병원 벤치에 앉아 앞만 바라봤다. 드디어 회복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후다닥 뛰어가 손잡아주며 “잘 참아주어 고맙다”고 전했다. 수술 후 엄청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조금 움직여도 수술 부위가 아프다는 사람을 일으켜 세워 병원 복도를 돌고 또 돌며 운동을 시켰다. 다행히 회복이 빨라 열흘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암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남편은 그렇게 좋아하던 술 담배도 다끊었다. 나는 남편이 순간순간 암환자라는 암울한 생각에 갇힐까 봐 처음엔 “암아~”라고 장난스럽게 부르다가 ‘아마’라고 소리 나는 대로 이름을 붙여줬다. 난 오늘도 “아마~ 빨리 일어나”를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암이 더 이상 재발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