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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홍시와 까치밥

2021.12
  • 등록일 : 2021-11-29
  • 조회수 : 65

박권하(서구 청사로)

내가 사는 아파트엔 유실수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유독 감나무가 많고 종류도 여러 가지다. 길쭉한 둥시, 납작한 반시, 몸집이 통퉁한 대봉, 아주 작은 애기감 등 모양도 다양하다. 우리 아파트 앞 동에는 단감나무도 한 그루 있다.
우리 선조들은 날짐승에게도 인정을 베풀어 꼭대기의 한두 개는 까치밥이라 하여 남겨 놓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 여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저 높은 데 있는 감은 따기 힘들어서 안 딴 건가요?”라고 물었을 때 “그건 겨울새들을 위해서 남겨둔 겁니다”라는 말을 듣고 “한국은 보석 같은 나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
홍시가 되고 서리를 맞으면 감은 투명하리만큼 말간 색이 된다.잘 익은 홍시의 껍질을 반쯤 벗기고 숟가락으로 떠먹는 맛은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별미다.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에 매달린 붉
은 색의 감이나 홍시는 지나간 나의 유년을 질박하도록 추억하게만든다.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가 잠든 내 유년을 일깨우고,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아파트의 어느 동 앞에 있는 감나무는 늦가을이 되도록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고, 운이 좋으면 홍시가 되어 떨어진 감을 주울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느 동의 감
나무는 감이 크자마자 몽땅 따 버려서 쓸쓸함을 안겨준다. 엄밀히따지면 아파트에 있는 유실수는 아파트 주민의 공동 소유다. 그런데도 그런 배려를 하지 않고, 다 따버린 감나무는 도시풍경을 더
욱 삭막하게 하는 것 같다. 이번 겨울에는 아파트에 있는 감나무마다 탐스러운 감이 늦게까지 매달려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한겨울 눈을 이고 있는 홍시를 쪼아 먹는 새를 본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